체다의 기록
[독후감] 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 움직이는 행복, 밴 라이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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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두 평의 공간으로도 충분합니다.”‘남들처럼 사는 삶’에서 벗어나‘나답게 지내는 시간’을 말하다“우리의 생활은 가느다란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모습이었다. 당장의 문제는 없었지만, 어느 날 두 사람 중 누구 하나가 아프거나, 다치거나, 해고당하면 금방이라도 기우뚱대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일종의 시한부 선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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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다가 결국 밀리의 서재 정기구독을 시작하고 말았다.
항상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밀리던 독서에 대한 욕구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좌절하기를 반복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TV를 보는 것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였는데, 초등학생 시절,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에 가서 소설이란 소설은 다 끄집어내서 쉬는 시간이 끝나는 것도 모르고 책을 읽던 나였는데, 요즘에는 도통 책에게 시간을 내어주지를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내 안에는 책을 있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고, 뭔지 모를 죄책감을 안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
밀리의 서재를 이제야 구독한 것도, 구독을 하면 매달 돈을 내면서도 결국에는 책을 읽지 않게 될 거고, 그러면 그 죄책감이 더욱 커질 것이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계속되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취향에 맞는 책을 몇 권 읽게 되면서 다시금 독서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던 구독을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념비적인 첫 책, "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바퀴 달린 집 : 매일 또 다른 행복으로 향합니다
처음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다름 아닌 제목 때문이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나인데, 마지막으로 여행을 갔던 것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책 제목에 "여행" 이 들어있으니 우선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니 "밴 라이프" 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캠핑카에 살면서 생활하는 것도 상상이 가지 않는데, 밴 라이프라니, 호기심보다 경계심이 앞섰다.
특이한 경험과 주제를 내밀고 어줍잖은 교훈을 담아 "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너는 틀렸어" 라고 훈수를 두는 책일까봐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작가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그저 작가는 본인이 느꼈던 바를 누군가에게 강요하고자 함이 아닌, 글로 남기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
작가의 크게 두 가지 관점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어려워보여도 생각보다 비워내는 일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따지고 보니 걱정했던 불편함은 사실 너무나도 사소했다. 그렇게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왜 집은 커야 하고 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원래 그런 거니까. 어떻게 이 많은 짐과 큰 집을 유지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지, 근본을 뒤엎을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구나. 집이 이렇게 작아도 되는구나. 우리는 우리가 살 집을 선택할 권리가 있구나.' 집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순간 늘 꿈꿔왔던 삶이 가깝게 느껴졌다.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뛰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손에 꽉 쥐고 산다. 당장 나도 이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잔뜩 결제하고, 지금 당장 배송 중이라는 택배가 언제 도착하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지금 당장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 중 정말 내 인생에 필요한 것은 몇개 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걸 나 스스로 쥐고 놓아주지 않을 뿐.
물론 내가 당장 밴 라이프를 시작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리스트업을 하고, 물건들을 버리고,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유로움을 택하는 밴 라이프를 꾸려 나가는 작가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 집 : 여전히 우리입니다
두 번째로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바로 함께이기에 힘든 시간도 추억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찾다 보면 계속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외식 몇 번 못해도, 좋은 차를 못 타도 괜찮다.
휘파람 불어가며 셔터를 누르는 그를 계속 볼 수만 있다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공감하겠지만, 여행을 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고생했던 기억이다.
나 또한 여행에서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문 닫기 전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겠다고 우비 모자를 눌러쓰고 로마 한복판을 전력질주했던 "우비소녀"의 추억이나, 자려고 누운 호스텔 침대에서 앙증맞게 나를 맞이해준 베드버그를 보고 숙소를 뛰쳐나와 대마초 향이 가득한 새벽의 암스테르담 거리를 거닐었던 기억이 훨씬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때의 나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추억이지 싶다.
그리고 항상 그런 시간들을 떠올릴 때면, 그때 나의 곁에 있었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그때 그 어렸던 내가 그리워진다.
내가 작가 스스로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 밴 라이프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아마 이런 곳에 있을 것이다.
당연히 뭐 하나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시간들도 함께하면 다 이겨낼 수 있고, 그게 다 추억이 된다.
그래서 내가 직접 밴 라이프를 할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또, 나도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힘든 순간이 있겠지만, 그 순간에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그 사람들과 함께 그 시간을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 그 날을 돌아보며 웃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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