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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연금술사

체다오니 2021. 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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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신드롬’을 일으킨 전설의 베스트셀러마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하는 성서와도 같은 책, 진정 자기 자신의 꿈과 대면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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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영화와 책을 접목시키거나, 짧은 연극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국어를 배웠던 적이 있다. 그 경험이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 그간 교과서에서 유명하다는 소설을 읽고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이고, 이 화자의 심경은 무엇이고... 이런 방식으로 주입식으로 문학을 접했던 나에게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 시절 그 수업을 통해서 배웠던 문학들은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데, 그중 한 작품이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였다. 

어렸을 때도 분명히 읽었던 책인데 기억하는 것이라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바오밥나무 정도였던 나에게 고등학생 때 읽었던 어린 왕자는 참으로 큰 감명을 준 작품이었다. 아, 이래서 명작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는지 내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음에도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한 TV 프로그램에서 추천도서로 나왔던 "연금술사"를 보고 저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새해가 밝자마자 결제를 하고야 말았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산티아고라는 스페인의 한 양치기 청년이 보물과 관련된 꿈을 꾸고, 실제로 그 보물을 찾는 모험을 떠나면서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산티아고는 여행을 위해 신부가 아닌 양치기라는 삶을 선택했고, 그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마을의 소녀도 좋아해보고, 양들과도 그럭저럭 유대감을 쌓으며. 그랬던 그에게 운명처럼 두 번의 꿈, 그리고 노파와 노인이 다가왔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양치기를 그만두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느낀 건, 이 짧은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산티아고가 성장한 모습을 어느새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처음 스페인을 떠날 때 산티아고의 모습은 앳된 소년에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마지막에 그려진 산티아고는 늠름한 청년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산티아고가 모험을 떠나고 보물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제시되는 표지들이 제각각 우리의 가슴속에 기록하고 싶은 그런 명언들을 아주 많이 남긴다는 것이다. 즉 산티아고와 함께 우리도 그렇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느끼게 된다. 물리적으로 떠나는 것만이 모험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 주지.

이 문장이 유독 내 가슴에 꽂혔던 이유는 아마도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자꾸만 그 인생에 안주하게 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지. 이 정도면.' 어쩌다 보니 늘 이런 생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이 뭔지, 내 행복이 무엇인지, 그런 근본적인 문제로부터는 도망만 치면서.

명문고 진학, 대학 입시, 취업, 결혼... 끊임없는 목표 앞에서 그저 의미 없이 발버둥 치고 생각 없이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게 정말 나의 인생이 맞는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물음표가 내 머릿속에서 더더욱 커져감을 느꼈다.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은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는 이전에는 결코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을 말이야.

나는 늘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실패와 성공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 지난 나날들을 돌아봤을 때,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걸.' 이런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걸 명분으로 되려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나? 때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산티아고가 그토록 힘든 여행을 모두 마친 뒤에도 후회하지 않았던 이유는 보물 때문이 아닌, 그가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그 어떤 보물보다 훨씬 값진 것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만약 꿈을 꾸고도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보물은커녕 그 자리에서 무엇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그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린다고 모두가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보물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나의 마음과 마주 보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그게 어른이고 연금술이라면 나도 그런 어른, 그런 연금술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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